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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조민영] 저출산, 사람과 인구 사이

by 지킴이 posted May 25,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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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결혼한 대학 후배 커플을 만났다. 오랜 연애와 몇 번의 헤어짐 끝에 결혼에 골인한 이 친구들은 아이를 가질 생각이 없다.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의 육아비용은 사실 체감되지 않다 보니 고민의 대상도 아니었다.
갈수록 팍팍해지는 사회에서 나 자신도 살아가는 게 벅차다는 생각이 먼저였다.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고, 더구나 오래 살아야 한다는데 한 사람의 인생을 더 책임질 자신이 없었다.
이미 서른 중반이 넘었는데 지금부터 준비해 아이를 낳으면,
자칫 그 아이가 채 준비도 되기 전에 노인이 된 자신을 책임질 부담을 안게 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이미 아이 둘을 낳아 키우고 있는 입장이지만 달리 할 얘긴 없었다.
아이를 낳아 좋은 점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들의 얘기도 충분히 일리가 있었다.
아이를 낳아서 좋을 이유와 낳지 않아서 좋을 이유는 양쪽 다 얼마든지 있다.
‘왜 아이를 낳아야 하나요’라는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은 그만큼 개인적이다.

그런데 개인의 ‘비출산’ 선택은 사회적으로는 저출산 문제가 된다.
개인의 선택이 사회적 과제가 되는 지점이다. 정부는 개인의 선택인 출산을 독려하는 주체다.
여기에서 질문은 ‘저출산은 왜 해결해야 하나요’가 되고,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개인들이 공감할 수 있을 때 출산이 독려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한국의 상황을 돌아보자. 저출산이 국가가 해결해야 할 최대 과제가 된 건 오래다.
대통령이 위원장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출범한 게 2005년이고,
역대 정부가 저출산과 관련해 쏟아부은 예산은 200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하지만 23일 발표된 3월 인구동향을 보면 올해 1분기 출생아 수는 8만9600명으로 사상 처음으로 9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1분기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의 수)은 1.07명으로 0.1명 감소했다.
온 나라가 걱정하고 매달리고 심지어 재정을 아낌없이 투입해 왔지만 효과는 찾기 힘든 상태다.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정부의 출산율 제고 정책은 ‘인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인구 조사의 시작은 일제 시대 조선총독부에서 실시한 ‘간이국세조사’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가가 바라보는 인구는 기본적으로 세원(稅原)인 셈이다.
국가 재정을 걱정하는 경제팀이 저출산 대책에 이 많은 재원을 쏟아부어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비자이면서 노동력인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국가 경제에 큰 부담이다.’
‘더욱이 빠르게 고령화되면서 부양해야 할 노령인구는 늘고 있다.’
정부는 끊임없이 이 같은 위험성을 알리며 출산율 제고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저출산은 왜 해결돼야 하냐’는 질문에 대해 정부가 제시하는 설명인 셈이다.

그런데 이 설명이 아이를 낳아야 할 주체, 청년층의 입장에선 어떤 의미일까.
취업난에 시달리고 ‘흙수저’ 임에 좌절해 온 지금의 청년들은 아이를 낳아 ‘세상의 노예’를 더 만들기 싫다고 얘기하는 세대다.
이들에게 ‘경제 활력을 위해 아이가 더 필요하다’는 설명은 출산 독려는커녕, 정반대 효과만 낳을 가능성이 크다.
지금의 저출산 대책은 애초 국민을 설득할 지점부터 잘못된 셈이다.

‘비출산’을 선택한 후배 부부는 “태어날 아이 입장에서 생각하면 최소한 그 아이가 살 세상이 행복할 거라든지
혹은 내가 그 아이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그런 기대도 자신도 별로 없는데 그냥 아이를 낳을 순 없다”고 말했다.
아이를 낳아 기르는 행복감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것조차 부모의 욕심 같다는 얘기였다.
‘사람다운 삶’에 대한 믿음이 없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마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기존 저출산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구조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국가의 경제 성장이라는 공통된 목표가 있던 시대에 통했던 인구 정책의 기본부터 바뀌어야 한다.
태어날 아이와 아이를 기를 부모를 ‘생산가능 인구’가 아닌 ‘사람’으로 바라보는 정책 방향의 전환을 기대한다.

조민영 사회부 차장 mymin@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954681&code=11171399&cp=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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